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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허준 교수님이 말하는 BIOVIA Materials Studio 활용 이야기
고분자, 단백질과 같은 연성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구조와 상호작용이 최종 물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세계입니다. 실험만으로는 현상을 관찰할 수는 있어도, 그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까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분자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실험 뒤에 숨어 있는 원리를 해석하고, 연구자가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특히 BIOVIA Materials Studio와 같은 계산과학 솔루션은 고분자, 나노구조, 계면, 자기조립과 같은 복잡한 연구 주제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허준 교수님을 만나, 계산과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연성물질 연구에서 분자모델링이 갖는 의미, 그리고 AI 시대의 계산과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Q1. 교수님과 연구실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서 고분자와 단백질을 비롯한 연성물질의 이론 및 전산모사 연구를 해 왔습니다. 현재 저희 연성물질 모사 실험실에서는 고분자, 단백질, 전해질 등 다양한 연성물질 시스템을 대상으로 분자동역학(MD), 밀도범함수이론(DFT), 메조스케일 시뮬레이션 등 여러 계산과학 기법을 활용해 소재의 구조와 거동을 이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 고분자,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Materials Studio를 비롯한 여러 도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Q2. 계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신 시기와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계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석사과정 시절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과에서 고분자 블렌드의 상용성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산과학을 접하게 되었죠. 당시 국내에서는 계산을 이용한 고분자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던 때라, 관련 논문을 직접 찾아가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독학하다시피 공부했습니다.
이 경험이 이후 연구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당시 참고했던 논문의 저자가 훗날 제가 네덜란드 Groningen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가 되었고, 그곳에서 분자동역학 분야의 선구자들과 함께 연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Q3. 계산과학은 어떠한 가치를 지닌 분야라고 생각하시나요?
계산과학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선별하고 모델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지만, 연구자는 목적에 맞게 어떤 요소를 포함하고 어떤 요소를 단순화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 판단 자체가 계산과학의 핵심이자 연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이론과 계산은 자연의 실제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을 위한 근사된 표현입니다. 자연현상을 인간의 감각으로 가장 쉽게 이해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죠.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이해를 돕기 위한 언어에 가깝습니다.
저는 좋은 계산과학 연구자란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연구 질문에 어떤 부분이필요하고 어떤 부분이 필요 없는지 선별하여 모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최근 고분자학회 CAI 분과 부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현재 고분자 연구 분야에서 분자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연구를 오래 하다 보니 개인 연구뿐 아니라 학문 공동체를 위해서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고분자학회에는 계산과학을 대표하는 부문이 없었고 계산 연구자들이 교류할 장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계산부문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게 되었고, 현재는 계산 연구자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연구 환경 자체도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계산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만 시뮬레이션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실험 연구자들도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배터리, 촉매, 고분자 같은 소재 분야에서는 계산 결과가 연구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AI의 발전으로 계산과학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AI 역시 결국 좋은 데이터와 물리적 이해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 계산과학과 AI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앞으로는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AI를 결합한 새로운 방법론이 더욱 활발해질 것입니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AI 기반 계산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AI 방법론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전통적 연구 프로토콜 또한 면밀히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AI 학습을 위한 고분자 물질의 표현(representation) 처리에 기여하고 싶은 관심이 있습니다.

Q5.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계산과학의 가치가 잘 드러난 대표 논문 한 편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개하고 싶은 논문은 2010년 Journal of Chemical Physics에 게재된 다음 논문입니다.
J. Chem. Phys. 133, 114903 (2010) “Commensurability effect in diblock copolymer lamellar phase under d-dimensional nanoconfinement”
d-차원으로 일반화된 제한 공간에 갇힌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가 자기조립 할 때 나타나는 packing frustration을 이론적으로 다룬 연구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널리 인용되는 인기 있는 논문은 아닙니다. (웃음)
그럼에도 이 논문을 꼽는 이유는, “d-차원 제한공간”이나 “packing frustration”처럼 인간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말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을 수식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3에서 말씀드린 “계산과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는 관점이 가장 잘 드러난 연구이기도 합니다.

Q6. 교수님의 연구에서 Materials Studio는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Materials Studio는 오랫동안 꾸준히 활용해 온 도구입니다. 특히 CASTEP과 DMol³를 이용한 전자구조·에너지 계산에 자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배터리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해질의 수화구조 분석, 바인딩 에너지 계산, 흡착 특성 분석 등 다양한 계산을 수행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도 함께 쓰지만, Materials Studio는 여러 계산 기법을 하나의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계산을 처음 시작하는 연구자나 실험 연구자가 접근하기에도 진입장벽이 낮아,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연구에서 계산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실험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현상을 계산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계산은 이제 단순히 논문에 그림 하나를 더하는 역할을 넘어 실험 결과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Q7. 앞으로 계산과학 분야로의 도전을 준비하는 연구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계산과학을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보다 ‘왜 이런 모델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계산이든 현실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 목적에 맞는 모델을 설계하고 그 한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앞으로는 기존 계산과학뿐 아니라 AI와 데이터 기반 연구도 함께 이해하는 연구자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존 계산과학의 강점과 AI를 함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구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는 자세가 연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산과학의 본질과 미래를 향한 방향, 그리고 Materials Studio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계산과학을 단순한 분석 도구가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실험이 현상을 보여준다면, 분자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그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설명하고, 더 나아가 다음 실험과 설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BIOVIA Materials Studio는 이러한 계산과학적 접근을 실제 연구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입니다. 고분자 자기조립, 계면 접착, 나노구조 형성, 구조색 제어와 같이 복잡한 물질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연구자에게 Materials Studio는 실험적 관찰을 더 깊은 이해로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AI와 데이터 과학이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분자모델링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제안한 결과를 검증하고, 물리적으로 해석하며, 실제 연구 설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계산과학의 탄탄한 기반이 필요합니다. Materials Studio와 같은 분자모델링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연구자가 물질의 구조와 거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계산과학이 실험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험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좋은 질문으로 나아가게 하는 연구의 동반자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물질 현상 앞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묻는 연구자라면, 분자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그 질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강력한 방법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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